만드는 것이 멋진 일이라는 인식을 갖는 성숙한 사회를 바란다
(유)쿠니타치 팜(farm)의 타카하시 가나리 대표
1958년생. 전문학교졸업 후 택배회사에서 근무를 하다 타카하시 가나리의 능력을 눈 여겨 보던 테리 이토에게 발탁되어 [힘이 솟는 TV]등에서 디렉터로 활동하다 잘나가던 디렉터의 삶을 접고 서른에 창업을 하나 이벤트회사를 비롯해 2번의 사업실패라는 쓰디쓴 좌절을 경험한다. 그리고 뛰어든 AV(성인 비디오)업계, 세 번째 선택이었던 [소프트 온 디멘드]의 설립과 동시에 10년 만에 100억엔매출의 쾌거를 달성하지만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자신의 총자산인 100억 엔을 전부 잃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시작한 것이 유한회사[쿠니타치 팜]이다. 소프트 온 디멘드의 사장직에 있을 때는 NTV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마네노 토라(돈 호랑이)]에 출연하기도 하고 사이조, big tomorrow, Ray, R-25, 프롬A 등에 다수 연재를 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가나리 설법] [가나리流][사장의 유언] 등이 있다.
유한회사 쿠니타치 팜
성인 비디오 업계에서 [소프트 온 디멘드 그룹]을 10년 만에 100억엔대 매출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마네노 토라: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로도 유명한 타카하시 가나리씨. 현재는 유한회사 [쿠니타치 팜]의 대표로 농산물의 생산에서 유통까지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맛, 안전, 신선도]를 사업철학으로 삼아 농업계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유)쿠니타치 팜은 기업이념으로 내세운 “농업개혁”을 위해 농업과 관련된 사업을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 까지 전 공정을 일괄적으로 기업 내에서 관리하고 있다. 일괄적관리가 이루어짐으로써 생산자와 유통업자, 소비자가 균등하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서로의 입장에서 보다 질 좋은 농업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도록 하고자 한다. 자사생산 이외에도 전국의 계약재배농가로부터 농작물 등을 구입하여 판매도 하고 있다. 향후 전국의 계약재배농가를 연결하는 유통망을 구축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자사가 생산농가(생산자)가 되어 생산자가 주도하는 기업경영이 가능하다는 실례를 만듦으로써 “생산자의 입지가 미약”한 일본의 현 농촌문제를 불식시킴으로써 농업의 지위향상을 도모하고자 한다.
작년 1월 30일 “농촌의 부엌 쿠니타치 팜”을 오픈 했다. “생산”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 이 레스토랑은 다양한 채소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쿠니타치 팜에서는 기존의 물고기를 담는 상자에 채소를 재배한 상태 그대로 출하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판매단가를 높이고 있다.
AV업계와 농업계의 닮은 점
- 왜 농업의 길을 택했습니까?
농업계에 큰 변혁이 올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흔히 ‘내 의지로 선택했다’고 착각하지만 자신의 능력이란 게 사실 별거 아니란 겁니다. 따라서 시대의 조류를 타는 것과 그 조류로부터 도태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실이란 거죠. [소프트 온 디멘드]를 설립하고 AV업계로 진출했을 당시는 새로운 영상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었기에 거기에 부응한 작품을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그 때와 같이 큰 파도를 찾다 보니 농업이라는 세계와 마침 조우하게 된 것뿐입니다.
그 파도를 타면서 느낀 사실은 AV업계와 농업계는 상품만 다를 뿐이지 아주 닮은 세계란 점입니다. 기득권익을 가진 자들이 기득권익을 지키기 위해 의욕이 충만한 이들의 활동을 저해하고 있어 어찌 보면 가장 대접을 받아야 할 생산자가 이득을 얻지 못하고 유통을 장악한 자들이 마진을 얻는 불공평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현실이 이러다 보니 자부심 하나로 맛있는 채소를 생산하는 일이 어려워지는 탓에 농업을 목표로 하는 젊은이들도 점점 사라져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그 흐름을 바꾸고 싶어서 쿠니타치 팜을 설립한 것입니다. ‘농업을 하는 사람은 멋지다!!’ 라고 젊은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즉 창조자인 생산자가 평가를 받고 자부심을 갖고 상품을 생산하는 구조를 실현하고 싶은 거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우선 어떻게 하면 될까요?
지금 농업계의 문제점은 AV업계에 진출했던 당시와 아주 똑같다는 점입니다. 유통업자의 힘이 지나치게 비대하다 보니 생산자가 만들고 싶은 채소를 마음대로 생산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흔히 마트에서 접하는 당근은 ‘코요’라는 품종입니다.
이 품종은 사실 그다지 맛있지 않지만 육질이 단단하기 때문에 물을 주는 기계를 이용해 다소 거칠게 다뤄도 쉽게 물러지지 않습니다. ‘베타리치’나 ‘히토미고슨’ 등 더 맛있는 품종이 있긴 하지만 달고 육질이 부드러워 쉽게 상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대량유통을 하는 유통업자입장에서 보면 손해 보는 장사지요. 다양한 품종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귀찮기 때문에 당근은 코요라는 품종만을 고집하는 것입니다. 생산자가 자력으로 유통경로를 구축하고자 해도 인건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베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생산하고 판매까지 관리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결과적으로 유통업자 맘 대로 채소를 생산하게 되고 불합리한 시장지배논리가 통하게 되는 것입니다.
싼 가격에 대량유통을 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지금의 고객들은 진정 그것만을 원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이 시대 소비자들의 NEEDS는 확실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쿠니타치 팜은 생산에서 판매까지 모든 것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소비자의 요구에 발맞춤으로써 농업유통에 개혁의 바람을 일으키고 싶습니다. 다른 생산자의 창조력을 일깨워 주고 자부심을 안겨줄 수 있다면 생산자가 유통업자들의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유통개혁도 이뤄질 것이라 믿습니다.
농사짓는 사람이 진짜 멋진 거죠!!
- 쿠니타치 팜을 통해 어떤 가치관을 제시하고 싶은가요?
농사를 짓는 사람이 당당히 가슴을 펴고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록본기힐즈에서 잘난척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록본기힐즈에서 사는 것이 뭐가 좋으나고 정말 좋은 것이 무엇인지 당신들은 모를 것이다 라고 말입니다. 간단하게 페라리를 타는 사람들을 멋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페라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멋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겁니다. 페라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멋지지만 돈만 있다면 누구나 페라리를 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유감인 것은 돈이 있다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남이 만들 수 없는 것을 만드는 사람이 진짜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페라리를 사서 타는 사람들이 잘난척하는 걸까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멋진 사람이라는 가치관을 일본에 확산시키다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를 한 번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사회 공헌과 비즈니스 균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업을 경영하는 일이란 사회에 크게 공헌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경영을 하다 보면 많은 세금을 납부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딘가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다면 우리가 확실하게 납부한 세금을 정부가 현지를 방문한 뒤 우리를 대신해 사회공헌활동을 해 줄 겁니다. 우리가 직접 피해지를 방문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것입니다. 한 때 제가 납세에 대해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죠. 제가 하루 식사에 사용한 비용이200엔 밖에 되지 않는데도 매일 20만 엔의 정도의 세금을 내고 있다는 계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에게 크나큰 자긍심을 갖게 합니다.
-타카하시씨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죽을 때까지 성장을 계속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어떤 목표를 가진 채로 도중에 죽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 갇힌 채로 목숨을 연명하는 노인이 되기 보다 사냥을 하던 도중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편이 행복하지 않을까요.
-지금의 젊은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에도시대에 존재했던 무사와 상인, 농민의 비율과 같은 것들이 직업에서 비율화되지 않은 시대가 되었지만 무사와 같은 확고한 신념을 지닌 사람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최근 니트족이네 프리터족네 떠들어대고 있는 것은 예전과는 달리 당당하게 “나는 니트족입니다” 하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텔레비전에서 말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것뿐입니다.
지금 일본의 모습은 가장 최악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피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지요. 막부시대의 무사처럼 개혁은 또 다시 젊은이들에 의해 시작될 겁니다. 저를 보세요, 50대 아닙니까. 지금 20대 젊은이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여러분들 세대에는 기회가 있습니다. 영웅이 될 기회가 말입니다.
편집후기
지금까지 인생에서 농업과 관련된 일은 시골의 채소밭에서 일손을 거든 정도로 뉴스나 신문에서 식료위기와 자급률문제에 관한 이야기에 그저 뒷짐을 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농업업계를 봐도 기득권익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생산자가 만들고자 하는 것을 만들 수 없던 것이 현실이었죠.
일본사회가 안고 있던 문제에 과감히 나선 타카하시씨에게 소셜크리에이터가 제대로 평가 받고 사회(미디어)가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창조자들에게 제대로 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회사개요
회사명:(유)쿠니타치 팜 kunitachifarm,inc.
소재지:도쿄도 쿠니타치시
전화:042-571-0831/fax:042-580-6374
사업내용:농업생산사업, 외식사업(농업의 부엌), EC사업, 농산물 가공사업, 도매업
설립일:2006년1월
자본금:1000만 엔
사원수:40명(그룹전체98명)/2011년5월 현재
원문: SOL http://socialcreator.net/interview/kunitachi-farm.html
번역: 정선미 (브리지 활동가)